오늘 충무로에 볼일이 있어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길에 보았던 장면이다.
출구로부터 젊은 여자, 할머니 그리고 남자 순으로 앉아있었고 손잡이기둥이 있는곳에 젊은 임산부가
친구와 함께 섰다. 그걸 본 세번째 자리의 남자는 벌떡 일어나며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웃으면서 앉으려던 임산부는 채 한걸음을 떼기도전에 몸이 딱 굳어버렸다.
세번째자리를 기준으로 옆옆자리쯤에 서있던 왠 여자가 다이빙을 하듯이 달려들어 앉은것이다.
자리를 양보하고 일어섰던 남자부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채 멍하게 그 여자를 쳐다봤다.
일부는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혀를 찼다. 여기저기서 한숨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의 일행으로 보이는 친구가 임산부를 가리키자 이 여자는 실수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얼굴을 가리면서 미처 몰랐다는 표정으로 친구를 보며 멋쩍게 웃기만했다.
그래.. 모르고 앉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려져서 미처 임산부는 못봤을거다.
딱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다들 생각했을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 끝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몰라서 앉은것까지는 이해한다치고.. 임산부땜에 자리 양보한거 알았으면 일어나야 할것 아냐?
결국 문쪽 첫번째자리에 앉은 젊은 여자가 뒤늦게 임산부를 발견하고(졸았던것으로 보였다) 일어나면서
임산부는 첫번째 자리에 앉았다. 일은 이렇게 일단락이 되었으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끝까지 수근거리면서
그 여자를 흉봤다.
사진설명 : 가운데 고개숙인 여자가 자리를 뺏은 사람.
바로 옆은 나중에 내리신 할머니자리에 앉은 임산부의 친구. 사진왼쪽끝의 핸드백만 보이는사람이 임산부.
오른쪽에 파란색셔츠의 손목시계보이는 키 큰 사람이 자리 양보한 남자.
그앞에 보이는 의자쪽에 바짝붙어 서있는 남자의 오른쪽에 몰상식한 여자의 친구가 서있다.
거기서부터 날듯이 자리를 차지한것이다. 그 당시의 순발력이나 힘을 본다면 온종일 세워놔도 끄떡없겠구만...
이 사진에서는 조용히 고개숙이고 있는듯이 보이지만 둘은 계속 신나게 잡담을 나눴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둘을 계속 씹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쯧쯧...
나중에 임산부와 그 친구는 전철을 내릴때까지도 계속 저 여자 욕하더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양보'라는 훌륭한 행동을 할수없게끔 만드는 사회인가보다.
나는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작은 노력의 일환으로 버스나 지하철이나 길에서나
내 몸이 다른 사람의 몸에 닿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조심을 한다. 러시아워때에 콩나물시루로 변하는
전철같은 극한의 상황은 어쩔수 없는것이고...
사람은 많더라도 조금은 여유가 된다면 내 운동신경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앞뒤좌우의 사람들로부터
내몸이 닿지 않게 균형도 잡고 가능한 간결하게 자세를 잡는다. 그러다보면 어느한쪽에서 가방이나
팔이 내몸에 닿는다. 그러면 난 조금더 몸을 움츠리거나 자세를 조금 바꿔 피한다. 잠시뒤엔
반대편에서 또 누군가의 몸이 내몸에 닿는다. 그러면 난 또 조금 양보해서 자세를 약간 더 수정하고
최대한 간격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내 주변엔 날 압박하는 팔, 가슴, 엉덩이, 가방등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게된다. 그리고는 나도 어쩔수없는 따닥따닥 붙은 상태가 되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을 보면 굳이 왜 내쪽으로 바짝붙어오는지 이해할수가 없다. 반대편으로 여유가
있기때문이다.
'
일반인'... 전철에서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 심한 난독증인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보지 못할 수준의 어려운 안내문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표시된 '일반인'들중 몇몇은 잘 모른다.
조금 무거운 가방만 들고 있어도 노약자나 장애인의 범주에 포함되는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여기 가방을 들었다고 "장애인 혹은 노약자"의 범주에 속한다고 착각하는 여자가 있다.
아무리봐도 어디 아파보이진 않고... 장애인으로도 안보이고... 동안으로 나이를 아무리 많게 봐주려해도
기껏해야 30대초반이고... 안내판 찍느라 입구에 서서 내리는걸 두눈으로 노려보고 있었기때문에
내 시선을 피하고 있다. 이 여자 내가 대놓고 사진찍는것을 본건지 괜히 두리번거리면서 딴짓하는척한다.
우린 어려서부터 잘못된 습관 하나를 꼬리표 못버리고 달고 살듯이 가진게 있다.
그것은 바로 "
나 하나쯤이야..."이다.
나 하나쯤 엘리베이터 이용한다고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불편하겠어? 라고 생각하는것은 아닐까한다.
그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정말 필요한 순간에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서럽게 만드는것이다.
아직도 입구의 가운데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계속 지켜봤는데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내리는 사람들 무시하고 먼저 들어가려고 한다. 때문에 타고내리는게 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렇게 가운데 차지하고 내리는거 방해하는 사람들 나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다.
난 내리면서 비켜주지 않고 힘으로 쭉쭉 밀고나가고 옆에서서 기다린 사람들이 먼저타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혼잣말하듯 한마디 하면서 간다..
"제발 입구 막지 마라." 혹은 "제발 내리고 나면 타라."
그러면 그들은 날 이상한 사람대하듯 쳐다보면서 투덜댄다.
아직까지 시비거는 사람은 없었다.
나한테 시비거는것보다야
전철을 타는게 더 급한 사람들 아닌가...
하하하
내가 보는 세상이 정말 일부만이기를 빈다...